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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 -김용규-비소설/국내 2023. 11. 2. 11:04
1.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처럼 긍정성이 과잉인 사회가 우리를 점점 더 극단적인 자기-몰아세움과 자기-닦달로 몰아간다는 사실이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존재감을 확인해야 하는 우리의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 그럼으로써 자기 상실에 빠지게 한다. 한병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p.93 2. 오늘날 자본주의가-소비이데올로기의 전도사인 대중문화를 통해-우리를 길들이는 책략은 “욕망을 자극하고 최대한 흥분시킨 다음에 극단적인 형태로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자극하고 금지하기, 온갖 성욕을 일깨운 뒤에 그것의 만족을 억압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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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앵무새> -줄리언 반스-소설/국외 2023. 11. 2. 11:01
1. 가장 확실한 쾌락은 기대의 쾌락임을 플로베르는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삭막한 성취의 다락방에 뛰어들 필요가 누구에게인들 있겠는가? p.17 2. 만족을 느낀 후에는 싫증을 내고, 사랑이란 단지 정욕뿐이라고 말하는 그런 천박한 인간들과 나를 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아니다. 나의 마음속에 생긴 것은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는다. 내 마음의 성들은 세워지자마자 이끼가 자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성들이 완전히 무너지더라도 폐허가 될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p.49 3. 나의 마음은 옛날 그대로이지만, 내 감정의 한쪽 면은 날카로워지고 다른 면은 무디어졌다. 너무나 자주 날을 갈아 금이 가고, 쉽게 부러지는 낡은 칼과 같다. p.55 4. 그 대신 그는 무엇을 배웠는가? 그는 삶이란, 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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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감정> -일자 샌드-비소설/국외 2023. 11. 2. 10:58
1. 분노는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성을 잃는 단계에 이르면 명료한 생각을 하기 힘들다. 이 단계에서는 흑백의 이분법에 치우쳐서 극단적인 사고를 하기 쉽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p.19 2. 자기 자신과 미래,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면, 당신이 선택해야 할 새로운 길은 생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어야 한다. 당신 자신과 생각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라. 그러면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거나 기분을 어둡게 하는 생각은 중단하라. 그리고 ‘나는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어.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전환하라. 현실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생각을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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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릇> -김윤나-비소설/국내 2023. 11. 2. 10:54
1.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서 감정을 절제하며 살았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진심을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먼저 자신의 진짜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 핵심 감정을 의식하지 않으면 두 사람 사이에 자리 잡은 익숙한 감정을 따라 결국 똑같은 대화를 반복하게 된다.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그런 말은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것 역시 ‘부끄러움’이라는 익숙한 감정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숨바꼭질 중인 감정을 찾아내야만 마음 속의 말을 할 수 있다. 적어도 후회하는 말을 줄일 수 있다. P.80 2. 물론 어른들에게는 이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다시 하라고 봐주는 구석이 없다. 너무 아파서 화를 내는 사람에게 "지금 슬퍼서 그런 거야. 겁내지 말고 충분히 슬퍼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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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설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야> -마설-비소설/국내 2023. 11. 2. 10:50
. 1. 그 고운 얼굴을 하고선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나요. “괜찮아, 뭐 그럴 때도 있는 거지”, “그래,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좀 가볍게 살면 어때”. 생각하기 나름이란 걸 잊지 마세요. p.25 2. 선물이 작다고 마음도 작은 건 아니다. 가만히 다짐을 하게 된다. 그녀처럼 작지만 기쁨이 될 수 있는 그런 선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p.58 3. 우리 마음은 생각만큼 넓지가 않다. 그런데 왜 못난 마음을 억지로 끼워 넣어 서로 미워하고 아파하는 걸까? 그래서 결심했다. 미운 사람은 마음에서 비워내기로. 그 빈자리는 소중하고, 고맙고, 좋은 사람들로만 가득 채우기로. p.60 4. 이제 딱히 짜증 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꿀꿀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무조건 한자리 차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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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강경이, 박지홍 엮음-비소설/국내 2023. 11. 2. 10:48
1. 삶의 일부로 자리 잡는 불면증은 삼십대 후반에 나타난다. 소중한 일곱 시간 수면이 갑자기 둘로 쪼개진다. “첫 번째 달콤한 밤잠”(운이 좋다면)을 자고 난 뒤 두 번째 깊은 새벽잠에 들 때까지 음울한 공백이 갈수록 길어진다. 에 기록된 바로 그런 시간이다. “그의 진실함이 너의 방패가 될 것이니, 밤의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 한밤에 서성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리.” p.23(‘잠과 깸’, F.스콧 피츠제럴드) 2. 폐허와 참담함. 어쩌면 내가 될 수 있었던 것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들. 그러나 놓쳐버리고 낭비해버리고 다 써버리고 탕진하고 되찾을 수 없는 것들.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절제할 수 있었을 텐데. 소심했던 그 때 대담할 수 있었을 텐데. 경솔했던 그때 신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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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메이킹>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비소설/국외 2023. 11. 1. 13:37
1. 19세기의 실용주의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당대 환원주의자들을 반박하면서 데이터에 대한 순진한 접근법을 비판했다. 그는 1890년에 발간한 《심리학의 원칙》이라는 책에서 “누구도 단순히 개별적 감각만 느끼지 않는다. 의식은 수많은 대상과 관계로 가득하다.” 백조도 붉은 조명을 받으면 빨갛게 보인다. 즉, 백조의 색을 알려면 조명의 속성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사실은 언제나 맥락 속에 존재하며, 사실을 분절적 데이터로 나누면 의미를 잃고 불완전해진다. pp.72-73 2. 대다수 사람은 각자의 동물원에 갇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동물원이란 바삐 돌아가는 도시의 높은 곳에 있는 유리창으로 가로막힌 답답한 사무실이거나 삶을 나타내는 수치로 덮인 회의실 탁자 또는 텅 빈 구호와 의미 없는 줄임말이 난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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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한동일-비소설/국내 2023. 11. 1. 13:29
1.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이미 강을 건너 쓸모없어진 배를 아깝다고 지고 간다면 얼마나 거추장스럽겠습니까? 본래 장점이었던 것도 단점이 되어 짐이 되었다면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p.63 2. 내가 어쩔 수 없는 일과 내가 할 일을 구분해야 해요. 그 둘 사이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빨리 빠져나와야 합니다. p.86 3. 'Do ut des'.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 p.118 4. "인간이 원하고 목표하던 사회적 지위나 명망을 취한 뒤 느끼는 감정은 만족이 아니라 우울함이다." (...)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려본 사람만이 압니다. 또 그게 내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