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소설/국외 2023. 11. 6. 10:26
1. “처음엔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앞을 보고 살아야 하니까요.” p.189 2. 이런 필생의 관심사에 속박당하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운명은, 사라진 부모의 그림자를 오랜 세월 뒤쫓으면서 고아로서 세상과 대면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그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그 임무를 완수하려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 그러기 전까지는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p.441
-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한창훈-비소설/국내 2023. 11. 3. 10:40
1. 사람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합격, 승진, 새로운 연애, 이딴 거? 뭐든지 조금만 지나면 별것 아닌 게 된다. 같은 수만큼 발생하는 불합격과 탈락, 진부함은 또 어쩌라고. 이런 건과 상관없이 행복감을 주는 최고의 경우는 좋은 날씨다. 제기랄, 그게 다다. 최고의 에너지는 그것이다. p.19 2. 유명한 음식점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흥행하는 영화는 봐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유행하는 것은 뒤늦게라도 사서 가져야 안심하는 이들, 남 노는 것 구경하는 걸로도 부족해서 그대로 따라 하는 족속들. 한 가지에서만 정보를 얻는 무지. 이게 바보 아니고 뭔가. p.28 3. 말년에는 쓸쓸했다. 노년기 우울증도 좀 앓았다. 자신도 괴로워했다. 품위 있는 사람은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피폐해진..
-
<웃음과 망각의 책> -밀란 쿤데라-소설/국외 2023. 11. 3. 10:38
1. 즈데나가 그에게 구원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라고 독려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동지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구는 것은 단지 할 수 있는 한 그를 돕고 싶은 막연하고 헛된 욕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가 허둥대며 말하고 눈을 피하는 것은 손에 덫을 들어서가 아니라 손에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p.36 2. 사람들은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외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미래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무심한 공허에 불과할 뿐이지만 과거는 삶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 얼굴이 우리를 약 올리고 화나게 하고 상처 입혀, 우리는 그것을 파괴하거나 다시 그리고 싶어 한다. 우리는 오직 과거를 바꾸기 위해 미래의 주인이 되려는 것이다. p.49 3. 그때 나는 원이 지닌 마법적 의미를 깨달았다..
-
<비밀의 숲2> -이수연 대본집-소설/국내 2023. 11. 3. 10:36
1. 사람들, 다 거기서 거기예요. 막 죽일 xx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고.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거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야. / 그렇게 흐르기만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곳에 닿아버리면요? p.315 2. 부정부패가 해안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 수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뺏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
-
<스토너> -존 윌리엄스-소설/국외 2023. 11. 3. 10:33
1.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 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p.53 2. 그는 이디스의 새로운 행동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활동은 그에게 아주 조금 성가실 뿐이었고, 그녀가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 필사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게 된 책임은 그에게 있었다. 그녀가 그와 함께하는 결혼생활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주지 못했으니까. 따라서 그녀가 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 그가 따라갈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은 옳은 일이었다. p.167 ..
-
<별난 법학자의 그림 이야기> -김민호-비소설/국내 2023. 11. 3. 10:31
1. 야수파 화가들은 검은색 또는 색의 농도를 사용하여 질감과 명암을 표현하던 사실주의의 색채 체계를 부정하고 빨강, 녹색, 파랑, 노랑 등 원색을 평면으로 배치하여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켰다.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와 같은 원시적 강렬함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색채 해방이라는 정열적 공감대를 통하여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을 뿐 각자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와 개성이 달랐기 때문에 1908년을 전후해서 서로 각자의 예술세계를 추구하였다. 이로써 야수파는 당시 미술계에 커다란 충격과 영향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명하게 된다. p.10 2. 바로크(baroque)의 원래 의미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으로 ‘과장된’, ‘지나치게 수식적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로 건축 양식에도 잘 드러나 있다..
-
<퇴사 준비생의 도쿄> -이동진 외-비소설/국내 2023. 11. 3. 10:28
1. 아코메야(Akomeya)라는 이름에서 ‘코메야(Komeya)’는 쌀가게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A’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부정관사로 해석하면 ‘하나의 쌀가게’를 뜻하지만, 접두사로 해석하면 ‘non’의 의미가 있어 ‘쌀가게가 아닌 곳’이 됩니다. 하나의 쌀가게이면서 쌀가게가 아닌 곳. 모순처럼 보이는 이름에서 쌀가게의 미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p.36 2. 누구나를 지향하는 보편성을 가진 제품으로 리디자인했기 때문에 광고도 보편성을 추구합니다. 광고 콘셉트의 키워드는 비움과 공(空)을 의미하는 ‘엠티니스(Emptiness)’입니다. 텅 빈 그릇으로서 광고를 제시한 후,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을 통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향으로 리디자인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평선..
-
<원더보이> -김연수-소설/국내 2023. 11. 3. 10:26
1. 힘이 있다면 누가 희망 따위를 바라겠는가. 이 세상에 이토록 많은 희망이 필요한 이유는 힘없는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p.12 2. 이 세상과 더불어 웃든지, 아니면 혼자 울든지. p.28 3. 아빠가 살았던 42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죠. 별들의 숫자에 비하면 그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상상해보세요. 그 빛들을 나눠서 쪼일 수 있었다면 아빠는 평생 매초당 7조5499억5047만2325개의 별빛을 받으면서 살았던 것이에요. 그렇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1초였을 거예요. 그렇게 대단한 1초라는 걸 알았더라면 아빠는 울지도 않았을 텐데요. 소주를 마시지도 않았을 거고, 약병을 들고 죽겠다고 아들에게 소리치지도 않았을 테죠. 아빠 인생의 1초가 그렇게 많은 빛으로 가득했다는 걸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