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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왜 아무 말도 못했을까?> -최원석-비소설/국내 2023. 11. 29. 10:44
1. “지식인은 해답을 질문으로 바꾸는 사람들” (호프스태터) p.19 2. 노예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던 미국에서, 당시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영국에서 막 독립한 신생 미국을 힘 있는 나라로 세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건국 아버지들의 뜻을 이어받는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인가가 당시의 최대 화두였다. 링컨 역시 그 점을 잊지 않았다. 좌파냐 우파냐, 자신이 속한 당이 어떤 주장을 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냐를 중요하게 봤다. 링컨은 자신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잊지 않았다. 덕분에 노예제 폐지라는 가장 좌파적인 결단을 내린 링컨은 결단을 내리기 직전까지 좌우를 넘나드는 것처럼 보였다. 좌냐 우냐의 흑백논리만으로는 세상사를 제대로 보고 현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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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소설/국외 2023. 11. 29. 10:39
1. 할머니의 눈은 흐려져 있었다. 할머니의 일부는 안도했다. 할머니는 항상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할머니에게서 그런 노력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할머니의 일부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근원으로 돌아간 것인지도, 아니면 하다못해, 할머니가 그리도 지독한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던 물질계를 떠나 멀리 간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할머니는 뒤에 남은 부분이었다. 그 부분은 어차피 그 모든 신비를 간직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자기가 그 신비를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병은 할머니를 민들레의 솜털 머리처럼 흩트렸다. 씨 몇 개가 붙은 잘린 꼭지, 로버트는 자기도 결국 그렇게 될까 생각했었다. pp.84-85 2. 할머니가 말하고 싶어 하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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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에릭 캔델-비소설/국외 2023. 11. 29. 10:35
1. 지각이란, 뇌가 외부 세계로부터 받는 정보를 이전의 경험과 가설 검증을 통해 배운 지식과 통합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 지식(반드시 뇌의 발달 프로그램에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을 우리가 보는 모든 이미지에 갖다 붙인다. 따라서 추상미술 작품을 볼 때, 우리는 작품을 물리적 세계에서 평생에 걸쳐 경험한 것들과 연관짓는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알게 된 사람들, 우리가 살아온 환경뿐 아니라, 지금까지 마주쳤던 다른 모든 미술 작품에 대한 기억과도 연결한다. pp.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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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만, 다자이 오사무였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소설/국외 2023. 11. 29. 10:31
1. 풀이 무성하고 널따란 폐원(弊園)을 바라보며 나는 별채의 한 방에 앉아 웃음을 완전히 잃었다. 나는 다시 죽을 생각이었다. 아니꼽다면 아니꼽게 보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건방졌던 것이다. 나는 역시 인생을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드라마를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하지만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제2막은 누구도 모른다. p.105 2. 세상에 헛똑똑이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그들은 10년 전에 외운 정의를 그대로 암기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현실을 자신이 외우고 있는 그 한 가지 정의 속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 p.110 3. 다시 말해서, 모르는 것이다. 이웃사람들의 고통의 성질, 정도를,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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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앉아씁니다> -아사이 료-비소설/국외 2023. 11. 29. 10:27
1. 내가 아주 좋아하는 소설인 요시나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에는, 나가사키에서 막 상경한 사랑스러운 대학생 요노스케가 이웃으로부터 “빈틈이 있다”고 평가받는 장면이 나온다. 말만 갖고 보면 부정적인 평가 같지만, 그것은 결코 얼간이나 멍청이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이야기 종반에 그 이웃은 도쿄 생활에 익숙해진 요노스케에게 “어딘지 빈틈이 없어졌군”하고 말하며 서운해한다. 그 장면을 읽었을 때의 나는 이미 상경한 지 몇 년 되어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 특유의 빈틈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낯선 동네의 낯선 누군가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사는 기술이 몸에 익어 버렸다. 결국 낯선 동네의 낯선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는 횟수가 뚝 줄어들고 만 것이다. pp.21-22 2. 애초에 서프라이즈란 0에서 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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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조지프 F.코글린-비소설/국외 2023. 11. 29. 10:23
1. (특히 하인즈 예는) 고령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면 시장 전략을 세울 때 제품 대상 연령을 알 수 없도록 하거나 아예 제품을 이용하는 젊은 층을 뚜렷하게 부각하는 방안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의 일례로 종종 언급되곤 한다. 솔직히 이런 견해를 무척 애석해하며 늙은 얼굴이 광고에서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개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따금 이 의견은 옳다. 그리고 미국의 여러 자동차 기업 경영진 덕에 1950년대와 60년대부터 명실상부 금언으로 굳은 말이 있다. “젊은이가 타는 차를 노인에게 팔 수 있어도 노인이 끄는 차를 젊은이에게 팔 수 없다.” 젊은 층도 사지 않을뿐더러 부모나 조부모 세대도 사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하면 수없이 부정적인 연상을 일으키고 이런 습성은 뿌리 또한 깊어서 한번 박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