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아임 낫 파인> -글 이가희, 그림 제니곽-비소설/국내 2023. 11. 17. 14:15
1.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명제가 나를 안심시키는 게 아니라, 도리어 ‘나 아프다고 말도 못 꺼내게 하는 셈’이다.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아닌 척, 그냥 삼키며 살고 ‘멀쩡한 척’ 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속으로 속으로, 혼자 끌어안고 밖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더욱 혼자 있으려 하고 그러면서도 외로워한다. 신기한 건, 자신의 우울을 감추고 있던 사람들이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게 해주니 자신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아님 낫 파인’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작은 설문 하나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인터뷰에 응하면서 도움을 받고 싶어 하기도 했지만, 대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어 했다. 사실 그들..
-
<리버보이> -팀 보울러-소설/국외 2023. 11. 17. 14:13
1. 이제와서 스스로를 탓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다고 나아질 것도 없는데, p.165 2.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할아버지에게는 얼마나 많은 내일이 남아 있을까. 할아버지는 앞으로도 항상 곁에 있을 것처럼 말했다. 제스 역시 그 낙천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며 즐거워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제스가 알고 있는 내일은 단 하루뿐이었다. 그 앞에 펼쳐져 있을 ‘다른 내일’들은 바로 다음 순간 다가올 ‘내일’이 지난 후에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p.216 3.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그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
<이번 달만 버텨봅시다> -글 정안나, 그림 안희원-비소설/국내 2023. 11. 17. 14:10
1. 조나단처럼 높이, 멀리 날기 위해 도시로 떠난 소녀는, 십여 년을 버둥거린 후에야 높이, 멀리 날기를 포기한다. 아니 목적을 다시 정립한다. 나는 직업인으로서의 성공과 돈을 위해 높이, 멀리 날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건 다른 누군가의 가치일 뿐, 나의 가치가 될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 다른 이의 가치를 위해 어깨에 힘을 줬지만, 그렇게 해서는 결코 높이 날 수 없었다. 공포스럽고 지치기만 할 뿐. 그렇다. 어깨에 힘을 빼고, 모든 것을 놓았을 때 비로소 높이, 멀리 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내 삶을, 내 시간을 조금은 멀리서 바라보아야 한다. (...) 그러니까, 이것은 어느 누구도 지나가는 누군가의 삶을 재단할 자격은 없다는 그저 그런 이야기. pp.137-138 2. 누구..
-
<떨리는 게 정상이야> -윤태웅-비소설/국내 2023. 11. 17. 14:08
1.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집에 나오는 지남철(나침반)의 비유를 떠올려봅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지남철은 바늘 끝이 늘 불안스럽습니다.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고장 난 지남철의 바늘 끝은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치 어느 쪽이 남쪽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듯 말입니다. 학생 땐 흔들림 없이 확신에 가득 차 있던 선배들이 부러웠습니다. 뭐가 뭔지 잘 몰라 더듬대고 버벅거리던 제 모습이 불만스럽기도 했고요. 시간이 꽤 흐른 뒤 신영복 선생의 시화집을 보고 나서야 저는 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떨리는 게 정상이야!” 물론 지남철의 비유는 무지에 대한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온전한 지남철은 마구잡이로 떨지 않습니다. 남쪽이라는 구체적인 지향점이 있지요. 그런 떨림을 유지하라는 건..
-
<너의 속이 궁금해> -글 정우열, 그림 안다연-비소설/국내 2023. 11. 17. 13:58
1. 인생은 누구에게나 버거운 짐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참고 견디다 보면 결국에는 그 짐을 아예 놓아버리게 된다. p.210 2. 남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남의 말을 하고 싶어 못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람을 은근히 비난한다. 소위 험담을 하는데, 이를 누군가가 자신과 맞지 않은 이유를 찾아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행위로 치부하긴 힘들다. 상대에게 원인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십거리가 되는 사람의 행동이나 이야기가 자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혹은 숨기고 싶은 자기 속마음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남에게 집중하면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회피하는 것이다.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남을 이해할 수 없게 되고 ..
-
<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 -이한나-비소설/국내 2023. 11. 17. 13:57
1. “엄마! 내가 틀렸을 수도 있어.” 우리가 맞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우리가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저 딱 내가 볼 수 있는 만큼, 내가 아는 만큼입니다. 생명의 위협이 없다면, 관계를 깨버릴 만큼의 중대한 일이 아니라면,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 인정해 주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내가 틀릴 수도 있잖아요. p.52 2. “테니스 선수 ‘페더러’는 전성기가 아주 긴 선수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페더러 선수에게 긴 전성기를 만들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서 물었겠죠. 페더러는 다른 선수의 훈련량의 반만 하는 게 비법이라고 하더군요.” p.73 3. 저는 마음이 다 풀어져서 사과하는 게 아닙니다. 누가 먼저 상관없이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p.91 4. “인류가 45년..
-
<떨림과 울림> -김상욱-비소설/국내 2023. 11. 17. 13:55
1. 세상에는 우리에게 보이는 빛보다 보이지 않는 빛이 더 많다. p.18 2.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p.49 3. 과거에서 미래로 간다는 것은 결국 상태를 이루는 경우의 수가 작은 상황에서 많은 상황으로 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 ‘경우의 수’에 ‘엔트로피’라는 이상한 이름을 주면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
-
<할머니 독립만세> -김명자-비소설/국내 2023. 11. 17. 13:53
1. 인생은 어디서부터 색을 칠한 완성체일까. 내가 만일 자화상을 그린다면 무슨 색으로 끝을 맺을까. 아마도 진한 색을 덮고 연한 색으로 최후를 장식할 듯하다. 나의 검은 상처를 닿을 수 있는, 과거의 짙은 회한을 망각할 수 있도록 화사한 색으로 끝맺고 싶다. 지금 느끼고 있는 따사롭고 화사한 봄날처럼. p.109 2. 가을이 한창일 무렵, 이렇게 긴 시간 그린 그림들을 모아 그룹전을 했다. 지도해주시는 선생님 덕분이지만, 무엇보다 내 끈기에 뿌듯했다. 그림 그린다고 서울 출입도 자주 못했다. 남들보다 못 그린다고 그만두었다면 아무것도 이루는 게 없었겠지만, 남보다 못해도 좋다, 내 색깔대로 그려보자고 했더니 전시까지 하게 되었다. p.199 3. 아우야, 우리가 소싯적에는 몰랐던 사이지만 지금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