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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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뜨겁게> -배지영-소설/국내 2023. 11. 9. 11:12
1. “사람과의 관계를 펼쳐진 책처럼 낱낱이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어. 적당히 오해하는 편이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법이기도 하지.” p.30 2. "지구인들은 수명도 짧은 주제에 너무 잘 잊고 또 지나치게 잊고 싶어 하니까 저런 거라도 만들어준 거 아닐까요. 머릿속에 다 담아놓고 살기 힘들면 그냥 저 달에 새겨놓으라고. 지구의 역사와 지구인 하나하나의 모든 기억을 다 담으려다 보니까 저렇게 달의 크기는 클 수밖에 없을 테고.“ p.233 3. "지금 난 방공호에 있는 거야. 상처 받지 않으려고. 그래, 어떤 식으로든 내 곁을 떠나지 않겠지. 그렇지만 그게 다야. 사랑이란 마음이 떠날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는 위태로운 거라 의미가 있는 거야. 상처 받을 수도, 상처 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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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소설/국외 2023. 11. 9. 11:10
1. ‘유로클리돈이라는 광포한 바람을 생각할 때, 바깥에만 서릿발이 뒤덮인 유리창 안쪽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창이 없어서 양쪽으로 모두 서리가 내리고 죽음의 사자가 버티고 선 창문으로 바라보느냐, 아니면 창이 없어서 양쪽으로 모두 서리가 내리고 죽음의 사자가 버티고 선 창문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상권 p.47 2. 웃음거리를 넘치게 가진 사람이라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장점이 있을 게 틀림없다. 상권 p.75 3. 내가 생각하기엔 이승에서 그림자라고 부르는 게 실은 나의 실체인 듯하다. 또 영적인 것을 보는 우리는 물속에서 태양을 보며 탁한 물을 더없이 맑은 공기라고 생각하는 굴조개와 흡사하다. 내 생각엔 몸뚱이는 더 나은 실체의 찌꺼기에 불과하다. 상권 p.86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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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소설/국외 2023. 11. 9. 11:06
1. 표준을 거른다는 것은 즉 타인으로의 지향에 몸을 맡겨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을 타인과 구별하고자 하는 반대의 소망도 동시에 갖고 있다. p.56 2. 맨얼굴이 아니라고 해서 가면을 복면 취급하는 것은 흰 것을 검다고 싸잡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면을 통로의 확대라고 한다면 복면은 통로의 차단이고 오히려 대립적인 관계다. 그것도 아니면 복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며, 이렇게 가면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나 자신은 너무나도 우스꽝스런 광대가 되어 버린다. 덧붙여서 한 가지 지금 막 떠오른 것을 써둔다면, 가면을 오로지 피해자에게 필요하고 복면은 반대로 가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p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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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함정임, 원경 옮김-비소설/국내 2023. 11. 9. 11:04
1. Cultivate a well-ordered mind, it’s your only road to happiness; and to reach it, be orderly in everything, even in the smallest details. 마음을 질서정연하게 단련하는 것만이 행복을 향한 유일한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작은 부분까지도 질서를 잡아나가야 한다. 외젠 들라크루아. p.13 2. Instead of looking at things, look between things. 무언가를 보는 대신, 무언가의 틈 사이를 보라. 존 발데사리. p.18 3. The beautiful implies a combination of many different qualities. Streng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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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곳에서> -제임스 설터-소설/국외 2023. 11. 9. 11:02
1. 칸트는 철학의 과제라 믿는 질문 넷을 제시했다. 어떻게 알 것인가. 어떤 희망을 품을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p.36 2. 우정은 그늘진 구석이 있고 대가가 따른다. 사람들은 인간애와 온화함만큼이나 간절한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국가는 위기를 따라 움직이고 해군은 침몰하며 제방은 가라앉고 육군은 비명횡사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는다. p.45 3. 공허함, 고요함과 추위 모두가 하얗게 빛난다. p.163 4. 언덕의 녹색이 희미해지고 평원은 연못처럼 변한다. 산은 푸르고, 온화함과 장엄함이 외경심과 함께 깃든다. p.173 5. 우리가 사는 것은 삶이 아니다. 영원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름다운, 삶의 보상 같은 것이다. p.183 6. 나는 유명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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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있습니다> -김현비소설/국내 2023. 11. 9. 11:00
1. 박시하다(博施-) : 많은 사람에게 널리 사랑과 은혜를 베풀다. p.10 2. 봄날, 당신에게 하루쯤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든 가라. 가서 자신과 가장 거리가 먼 것들을 생각하고 돌아와라. 주문을 걸어 주고 싶다. 당일치기 여행의 당위란 모름지기 나와 떨어져 있어서 반짝이는 것들에 곰곰 잠기는 일이다. p.22 3. 글로써 공감을 얻어 내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글 앞에서 진실해지는 것이다. 아는 건 안다고 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 것, 없으면 없다고 말하고 있으면 있다고 말하는 것, 나쁘면 나쁘다고 말하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는 척, 있는 척, 꾸밈없는 척, 좋은 척을 할 때 글은 구려진다. p.37 4. '봄꽃 팝니다.' 동네 꽃집 유리창에 주인이 네모반듯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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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여행자의 일이라면> -윤정욱-비소설/국내 2023. 11. 9. 10:49
1. 그들은 아직 오지도 않은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며 우울한 감정에 휩싸인 채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망치는 대신, 그날 밤을 아주 멋진 밤으로 만들기로 다짐한다. 그건 현실을 똑바로 마주한 자들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p.69 2. 하고 싶은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너무나 많을 이 연인은 그러나 자꾸만 말을 아낀다. 그렇게 내뱉지 못한 말들은 전혀 다른 언어로 튀어 나와 상대방의 마음에 가닿지 못하고 엇나간다. 이때의 엇나감은 상대가 혹시나 나와는 다른 마음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서 비롯한다. 때로 두려움은 그리움을 압도한다. p.197 3. "너의 문제는 슬픔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나 사랑을 슬픔이야. 행복한 슬픔." (영화 ‘싱 스트리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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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낯선 사람> -오창섭-비소설/국내 2023. 11. 9. 10:47
1. 지난 공공디자인 사업들에는 어떤 환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타자의 무시, 혹은 타자의 추방을 통해 안정과 쾌적함을 획득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시간이(의) 흔적이 배어 있는 간판을 없애면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 낙후된 지역이나 시설물을 없애고 새것으로 대체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환상일 뿐이다. 사회는 기본적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타자 관계에 있는 존재들의 집합체이다. 타자를 배제하거나 없앤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전체주의적인 발상이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폭력과 소외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 년의 공공디자인 실천이 범한 가장 큰 오류는 타자를 무시하거나 배제한 것이다. p.27